저에게 '창업'은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INTERVIEWEE : 클라썸 이채린 대표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장을 위한 학습 소통 플랫폼을 만드는 클라썸 대표 이채린입니다.
클라썸은 ‘교육계의 슬랙’ 역할을 하는 B2B SaaS 제품입니다. 삼성, LG,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전세계 25개국 6000여개의 기업과 학교에서 클라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클라썸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셨을까요? 창업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창업’이라고 하면, 사업이 망해 온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는 모습이 먼저 떠올랐어요. 주말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모습이요.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죠.
그런데, 카이스트 진학 후 선배들이 창업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식 산업 시대의 창업은 더 이상 토지나 거대한 공장이 필수가 아니더라고요. 창업 생태계도 많이 발전해서 큰 빚을 지지 않으며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실패했을 때에도 창업자 개인이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깨닫기도 했고요. 모르는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마치 위인전 같이 멀리 느껴지는데, 가까운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현실감이 들더라고요. ‘내 인생에서 창업은 절대 없어’에서 ‘인생에서 창업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죠.
이렇게 생각이 바뀐 후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카이스트에 왔는데 질문 하나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에요. 수업 시간에는 바보 같은 질문일까봐 걱정되어 손들기 어려웠고, 수업 후 이메일 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보통 동아리 기반의 지인 위주로만 정보가 공유되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킨다고 생각했어요.
전공을 정하는 1학년 말, 전산학부를 가려는 저에게 전산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업 뿐만 아니라 진로 선택 등 모든 게 막막해질 것이란 선배의 조언을 듣고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웹이나 앱 개발을 하고 싶어 전산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전공을 선택할 때 전산학부에 약 120명에 달하는 학생이 갑자기 몰렸지만, 전산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50명도 안되었거든요. ‘그럼 동아리에 못 들어간 학생들은?’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해결해야 하는 문제 같은데, 저는 그저 한 명의 학생이다보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학년 과대표 선거에 나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과대표 당선 후, 가장 먼저 시도한 학생회 사업이 바로 ‘과목별 톡방’이라는 사업이었어요. 기존에는 같은 동아리에 있는 학생들끼리 수업 별로 단톡방을 만들어 이야기했다면, 학생회에서 공식적으로 수업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주는 거죠. 반응이 뜨거웠어요. ‘과목별 톡방이 없었다면 한 학기를 버티지 못했을거다’라는 후기가 쏟아질 정도였죠. 과목별 톡방은 제가 과대표로 있었던 카이스트 전산학부에서 시작해 수리과학과 같은 다른 학과, 서울대학교 같은 다른 학교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한 톡방 형식이었기 때문에 한계점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는 만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니 톡방보다 학습에 최적화된 형태로 소통 채널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전산학부 학생회에서 만들어볼지, 개발 동아리에서 만들지 고민하다가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개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얻은 수익을 제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 거대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클라썸 최유진 대표(좌) 이채린 대표(우)
🙍♀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시장에서도 과연 공감할까?’ 라는 고민을 창업 초기에 많이 고민한다고 하는데요. 대표님께서는 클라썸의 시장성 검증을 어떻게 이루어내셨을까요?
창업을 위해 과목별 톡방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창업을 하려고 보니 과목별 톡방은 사용자의 니즈를 검증한 MVP(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이었더라고요. 하지만 시장성을 검증하는 것은 또다른 도전 과제였습니다.
처음에 시장성에 대해 받은 피드백은 ‘국내 대학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벤처캐피탈의 파트너인 멘토분께 받은 피드백이었죠. 국내 대학에서 다 써봐야 시장이 작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두 개의 가설을 세웠어요. 첫번째 가설은 ‘대학 외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두번째 가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였습니다. 첫번째 가설은 대학 외 기업이나 학원 등에서 클라썸 사용 사례를 만들고 매출을 만들어가면서 검증을 시작했고, 두번째 가설은 미국에 나가서 수십개의 미팅을 잡고 현지에 있는 대학 관계자와 교수님을 인터뷰하며 검증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클라썸이 대학 외에도 수많은 기업, 학원, 중고등학교 등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쓰이고 있지만,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시장성은 끊임없이 검증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하나씩 검증하며 계속 달려갈 예정입니다 😊
🙍♀ 클라썸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해볼 수 있을지, 어떤 가설을 검증해야하는 것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어요.
최초의 클라썸은 지금 같은 B2B SaaS 사업이 아니라 커뮤니티였어요. 내 선택에 따라 들어가도 되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죠. 그러다보니 처음에 서비스를 알리는데 정말 많이 신경썼어요. 카이스트 대상으로 런칭했었는데, 카이스트에 다닌다면 클라썸을 모를 수 없을만큼 홍보를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카이스트 학부생 대부분이 들어오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한 달도 채 안되어 모두 서비스에서 빠져나갔어요. 과목별 톡방 때와는 달리 커뮤니티에 공신력이 떨어지니까 내가 여기에서 질문을 하더라도 누군가 답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에요. 기업으로서 서비스를 만들 때 생기는 근본적인 한계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똑똑한 팀원들이 모여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고, 간절하게 해내고 싶은데도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허망하기도 했죠.
그런데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팀원들과 팀을 해체하기로 하고,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는데 잠이 안 오는거에요. 과목별 톡방을 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직접 확인했고, 몇 달 동안 팀원들과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교수님 두 분께 클라썸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고, 클라썸의 취지에 공감한 교수님 한 분께서 답장을 주셔서 반학기 남는 기간 동안 수업에서 클라썸이 사용되었어요. 그러자 반학기만에 300개 넘는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클라썸을 커뮤니티가 아닌 유틸리티툴로서 발전시켰고, B2B SaaS로 교육기관에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나갔어요.
돌아보면,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얻은 기회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몰입할 수 있었어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는데, 늘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신 대표님의 창업 여정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대표님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창업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창업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과목별 톡방을 통해, 또는 클라썸을 통해 기뻐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어려움을 겪더라도 꼭 해내고 싶었죠. 그때의 저에게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어요.
창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밀도 높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창업의 이유이자 원동력이 되었어요. 사람은 욕구가 다양해서 하나로는 행복하기 힘들잖아요. 특정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을 만드는 자본, 안전함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건 어느 정도 이루면 그 이상 행복감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고요. 하지만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들과 몰입하며 세상에 유의미한 것을 만드는 경험은 비례해서 행복하더라고요. 매일이 색다르고, 매일이 재밌어요. 1년 전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직접 이루고 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등이 창업에서 비롯되곤 하고요. 그렇게 지금의 저에게 창업은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 카이스트 재학 중에 창업을 하시고, 휴학하며 창업을 이어오시다가 클라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학교를 자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창업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것에 불안함은 없으셨나요?
창업을 하며 밀도 높게 배우고, 심지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배운 것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때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라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 더 재미있고 빠르게 성장하더라고요.
카이스트 정책 상 자퇴하더라도 언제든지 학적을 유지한채로 재입학할 수 있다는 점 떄문에 부모님이나 지인분들이 더 안심하셨던 것 같아요. 돌아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하😁

🙍♀ 창업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대학생’이 아닌 ‘창업자’로써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임팩트 크기’입니다. 제가 창업을 한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학교 내에서의 프로젝트 정도로 이어지다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지속적으로 가치를 퍼뜨리고 싶어서였어요. 이를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을 넘어서서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수익이 발생하고, 그 수익이 제품을 개선하고 퍼뜨리는데 투자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전세계 25개국 6000여개 기업과 학교에서 클라썸이 쓰이는 것이 아직도 가끔 신기합니다. 삼성, LG, 서울대, 연세대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Bay Area에 있는 대학들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요.
동시에 '책임감의 무게'도 커집니다. 창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차피 실패하더라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있었을 것이니 즐겁게 프로젝트 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기업이 커지면서 팀원들의 삶과 클라썸 팀을 믿어주는 자금과 응원이 더해질수록 책임감이 강해집니다.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팀원들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베팅해주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도 온전하게 행복하고 멋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단점이라기 보단 창업자의 숙명이자 즐거운 퀘스트라고 생각해요.
다만 창업을 시작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열차에 탄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완전히 쉬는 기간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이상 몰입하고 싶을 정도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동기가 없다면 직접 창업하기보다 스타트업에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해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추후 창업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될거에요. 가파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각 스테이지를 거치며 어떤 도전들이 있었고, 어떤 의사결정을 했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면밀히 살펴보시면 창업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겁니다.
🙍♀ 최근 많은 대학생 분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창업 선배로써 그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앞으로 정말 많은 거절과 반대를 듣게 될거에요. 그때마다 내가 창업을 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로 듣게 되면 스트레스 받게 되지만, 내가 가는 여정에 구멍이 뚫린 부분에 대해 힌트를 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되는 사업이다’, ‘안 되는 사업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근거가 유효한 것인지 판단하며 참고로 삼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직접 설정한 가설을 기반으로 하나씩 증명하며 본인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길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파이팅!🔥
🙍♀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클라썸’이 되고 싶은가요? ‘클라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라썸이 해결하고 싶은 ‘학습에서의 소통’ 문제는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에요. ‘함께 성장하는 환경’도 어디에서든 중요하고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클라썸을 통해 ‘학습자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교육 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문화와 그 방법을 퍼뜨리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학습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혼자 검색해보거나 지인에게 메세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질문하고 서로 답변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면 그때 정말 클라썸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클라썸 팀 단체 사진
📖 이채린 대표님이 추천하는 책
"The Great CEO within / w.Matt Mochary"

"창업 후 대표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합니다.
미리 고민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빠르게 의사결정할 때에는 일관된 철학 없이 결정하게 될 수 있죠.
내가 미리 고민해봐야하는 것들이 어떤게 있는지를 찾으러다니곤 했는데, 이 책에 가볍게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약간의 힌트까지도 함께요😊"
Your culture is the behavioral norms of your company. If you are unintentional about how you and others behave, you likely won’t enjoy the results. Instead, be intentional. Identify the behaviors that you would like to see. Then document them, model them, hire for them, and enforce them.
p.78 中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채린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장을 위한 학습 소통 플랫폼을 만드는 클라썸 대표 이채린입니다.
클라썸은 ‘교육계의 슬랙’ 역할을 하는 B2B SaaS 제품입니다. 삼성, LG,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전세계 25개국 6000여개의 기업과 학교에서 클라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클라썸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셨을까요? 창업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창업’이라고 하면, 사업이 망해 온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는 모습이 먼저 떠올랐어요. 주말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모습이요.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죠.
그런데, 카이스트 진학 후 선배들이 창업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식 산업 시대의 창업은 더 이상 토지나 거대한 공장이 필수가 아니더라고요. 창업 생태계도 많이 발전해서 큰 빚을 지지 않으며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실패했을 때에도 창업자 개인이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깨닫기도 했고요. 모르는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마치 위인전 같이 멀리 느껴지는데, 가까운 사람의 성공 스토리는 현실감이 들더라고요. ‘내 인생에서 창업은 절대 없어’에서 ‘인생에서 창업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죠.
이렇게 생각이 바뀐 후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카이스트에 왔는데 질문 하나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에요. 수업 시간에는 바보 같은 질문일까봐 걱정되어 손들기 어려웠고, 수업 후 이메일 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보통 동아리 기반의 지인 위주로만 정보가 공유되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킨다고 생각했어요.
전공을 정하는 1학년 말, 전산학부를 가려는 저에게 전산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업 뿐만 아니라 진로 선택 등 모든 게 막막해질 것이란 선배의 조언을 듣고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웹이나 앱 개발을 하고 싶어 전산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전공을 선택할 때 전산학부에 약 120명에 달하는 학생이 갑자기 몰렸지만, 전산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50명도 안되었거든요. ‘그럼 동아리에 못 들어간 학생들은?’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해결해야 하는 문제 같은데, 저는 그저 한 명의 학생이다보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학년 과대표 선거에 나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과대표 당선 후, 가장 먼저 시도한 학생회 사업이 바로 ‘과목별 톡방’이라는 사업이었어요. 기존에는 같은 동아리에 있는 학생들끼리 수업 별로 단톡방을 만들어 이야기했다면, 학생회에서 공식적으로 수업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주는 거죠. 반응이 뜨거웠어요. ‘과목별 톡방이 없었다면 한 학기를 버티지 못했을거다’라는 후기가 쏟아질 정도였죠. 과목별 톡방은 제가 과대표로 있었던 카이스트 전산학부에서 시작해 수리과학과 같은 다른 학과, 서울대학교 같은 다른 학교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한 톡방 형식이었기 때문에 한계점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는 만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니 톡방보다 학습에 최적화된 형태로 소통 채널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전산학부 학생회에서 만들어볼지, 개발 동아리에서 만들지 고민하다가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개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얻은 수익을 제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 거대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클라썸 최유진 대표(좌) 이채린 대표(우)
🙍♀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시장에서도 과연 공감할까?’ 라는 고민을 창업 초기에 많이 고민한다고 하는데요. 대표님께서는 클라썸의 시장성 검증을 어떻게 이루어내셨을까요?
창업을 위해 과목별 톡방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창업을 하려고 보니 과목별 톡방은 사용자의 니즈를 검증한 MVP(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이었더라고요. 하지만 시장성을 검증하는 것은 또다른 도전 과제였습니다.
처음에 시장성에 대해 받은 피드백은 ‘국내 대학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벤처캐피탈의 파트너인 멘토분께 받은 피드백이었죠. 국내 대학에서 다 써봐야 시장이 작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두 개의 가설을 세웠어요. 첫번째 가설은 ‘대학 외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두번째 가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였습니다. 첫번째 가설은 대학 외 기업이나 학원 등에서 클라썸 사용 사례를 만들고 매출을 만들어가면서 검증을 시작했고, 두번째 가설은 미국에 나가서 수십개의 미팅을 잡고 현지에 있는 대학 관계자와 교수님을 인터뷰하며 검증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클라썸이 대학 외에도 수많은 기업, 학원, 중고등학교 등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쓰이고 있지만,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시장성은 끊임없이 검증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하나씩 검증하며 계속 달려갈 예정입니다 😊
🙍♀ 클라썸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해볼 수 있을지, 어떤 가설을 검증해야하는 것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어요.
최초의 클라썸은 지금 같은 B2B SaaS 사업이 아니라 커뮤니티였어요. 내 선택에 따라 들어가도 되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죠. 그러다보니 처음에 서비스를 알리는데 정말 많이 신경썼어요. 카이스트 대상으로 런칭했었는데, 카이스트에 다닌다면 클라썸을 모를 수 없을만큼 홍보를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카이스트 학부생 대부분이 들어오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한 달도 채 안되어 모두 서비스에서 빠져나갔어요. 과목별 톡방 때와는 달리 커뮤니티에 공신력이 떨어지니까 내가 여기에서 질문을 하더라도 누군가 답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에요. 기업으로서 서비스를 만들 때 생기는 근본적인 한계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똑똑한 팀원들이 모여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고, 간절하게 해내고 싶은데도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허망하기도 했죠.
그런데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팀원들과 팀을 해체하기로 하고,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는데 잠이 안 오는거에요. 과목별 톡방을 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직접 확인했고, 몇 달 동안 팀원들과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교수님 두 분께 클라썸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고, 클라썸의 취지에 공감한 교수님 한 분께서 답장을 주셔서 반학기 남는 기간 동안 수업에서 클라썸이 사용되었어요. 그러자 반학기만에 300개 넘는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클라썸을 커뮤니티가 아닌 유틸리티툴로서 발전시켰고, B2B SaaS로 교육기관에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나갔어요.
돌아보면,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얻은 기회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몰입할 수 있었어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는데, 늘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신 대표님의 창업 여정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대표님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창업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창업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과목별 톡방을 통해, 또는 클라썸을 통해 기뻐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어려움을 겪더라도 꼭 해내고 싶었죠. 그때의 저에게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어요.
창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밀도 높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창업의 이유이자 원동력이 되었어요. 사람은 욕구가 다양해서 하나로는 행복하기 힘들잖아요. 특정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을 만드는 자본, 안전함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건 어느 정도 이루면 그 이상 행복감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고요. 하지만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들과 몰입하며 세상에 유의미한 것을 만드는 경험은 비례해서 행복하더라고요. 매일이 색다르고, 매일이 재밌어요. 1년 전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직접 이루고 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등이 창업에서 비롯되곤 하고요. 그렇게 지금의 저에게 창업은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 카이스트 재학 중에 창업을 하시고, 휴학하며 창업을 이어오시다가 클라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학교를 자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창업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것에 불안함은 없으셨나요?
창업을 하며 밀도 높게 배우고, 심지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배운 것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때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라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 더 재미있고 빠르게 성장하더라고요.
카이스트 정책 상 자퇴하더라도 언제든지 학적을 유지한채로 재입학할 수 있다는 점 떄문에 부모님이나 지인분들이 더 안심하셨던 것 같아요. 돌아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하😁
🙍♀ 창업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대학생’이 아닌 ‘창업자’로써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임팩트 크기’입니다. 제가 창업을 한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학교 내에서의 프로젝트 정도로 이어지다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지속적으로 가치를 퍼뜨리고 싶어서였어요. 이를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을 넘어서서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수익이 발생하고, 그 수익이 제품을 개선하고 퍼뜨리는데 투자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전세계 25개국 6000여개 기업과 학교에서 클라썸이 쓰이는 것이 아직도 가끔 신기합니다. 삼성, LG, 서울대, 연세대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Bay Area에 있는 대학들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요.
동시에 '책임감의 무게'도 커집니다. 창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차피 실패하더라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있었을 것이니 즐겁게 프로젝트 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기업이 커지면서 팀원들의 삶과 클라썸 팀을 믿어주는 자금과 응원이 더해질수록 책임감이 강해집니다.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팀원들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베팅해주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도 온전하게 행복하고 멋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단점이라기 보단 창업자의 숙명이자 즐거운 퀘스트라고 생각해요.
다만 창업을 시작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열차에 탄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완전히 쉬는 기간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이상 몰입하고 싶을 정도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동기가 없다면 직접 창업하기보다 스타트업에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해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추후 창업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될거에요. 가파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각 스테이지를 거치며 어떤 도전들이 있었고, 어떤 의사결정을 했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면밀히 살펴보시면 창업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겁니다.
🙍♀ 최근 많은 대학생 분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창업 선배로써 그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앞으로 정말 많은 거절과 반대를 듣게 될거에요. 그때마다 내가 창업을 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로 듣게 되면 스트레스 받게 되지만, 내가 가는 여정에 구멍이 뚫린 부분에 대해 힌트를 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되는 사업이다’, ‘안 되는 사업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근거가 유효한 것인지 판단하며 참고로 삼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직접 설정한 가설을 기반으로 하나씩 증명하며 본인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길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파이팅!🔥
🙍♀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클라썸’이 되고 싶은가요? ‘클라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라썸이 해결하고 싶은 ‘학습에서의 소통’ 문제는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에요. ‘함께 성장하는 환경’도 어디에서든 중요하고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클라썸을 통해 ‘학습자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교육 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문화와 그 방법을 퍼뜨리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학습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혼자 검색해보거나 지인에게 메세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질문하고 서로 답변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면 그때 정말 클라썸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클라썸 팀 단체 사진
📖 이채린 대표님이 추천하는 책
"The Great CEO within / w.Matt Mochary"
"창업 후 대표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합니다.
미리 고민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빠르게 의사결정할 때에는 일관된 철학 없이 결정하게 될 수 있죠.
내가 미리 고민해봐야하는 것들이 어떤게 있는지를 찾으러다니곤 했는데, 이 책에 가볍게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약간의 힌트까지도 함께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채린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